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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국 목사 칼럼_영덕을 다녀오다, “일상이라는 은혜”

산불이 나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회와 성도님들을 만났습니다.
고속도로 표지판에서 ‘영덕’이라는 명칭을 보기 전,
이미, 도착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카맣게 타버린 산이 좌우에서 저희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시커먼 산을 보면서 참으로 먹먹했습니다.
그러다 고곡교회, 매정교회 목사님과 성도님들로부터
산불 당시의 이야기를 전해듣는데,
재난이 무엇인지, 그 아픔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아주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고곡교회 목사님에게 점심식사를 어떻게 하실지 여쭈었습니다 .
그러자, 목사님이 이렇게 답변하셨어요.
“목사님, 어떤 메뉴라도 상관없어요. 산불이 난 후로 미각을 잃었어요.”
산불 트라우마는 미각마저 잃게 만들더군요.
한 권사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목사님, 산불이 꺼졌는데, 제 눈에는 계속해서 산이 타는 것처럼 보입니더.
꿈에서도 산이 타고 있어요.”
매정교회 목사님은 산불을 피해 대피하다가
얼굴 한 면에 떨어지는 불덩어리를 맞았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옆쪽 머리를 보자, 불에 그으른 머리카락이 보였습니다.
당시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충격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럼에도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집이 전소해서 대피소에서 지내고 계시는 권사님의 이야기였습니다.
집은 다 타버렸지만, 기도하고 예배드릴 수 있는 교회를 지켜주신게 감사해요. 그게 가장 감사해요.
하늘에서 불이 떨어지는데 교회는 멀쩡해서 너무 감사하다는 고백이었습니다.
모여 예배할 수 있고, 무릎 꿇고 기도할 수 있는 곳이 남아서 다행이랍니다.
그런 성도들의 고백을 들으며,
그 교회 담임목사님은 한 사람이 떠올랐다고 하였습니다.
옆 마을 교회 담임목사님이었습니다.
115년 역사를 가진 교회,
3.1운동의 주역 중 하나인 교회였는데,
예배당과 사택 모두 전소했다고 하였습니다.
성도들에게 교회가 이토록 중요한데,
역사 깊은 교회 예배당은 물론이고,
교회가 보존해 온 역사자료들도 모조리 타버렸으니,
그 교회 담임목사님이 얼마나 힘들까 걱정이 돼서 전화를 드렸다고 합니다.
전화를 받은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교회도, 성도 가정도 다 타서 예배하고 기도할 곳이 없었을 때, 이장님이 집을 내주셔서 거기서 예배를 드렸어요. 모여서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지 몰라요. 그날 예배는 태어나서 이제껏 드린 예배 중 가장 은혜로운 예배였습니다.
그분들의 이야기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답사를 가서 만난 성도님들 입가에 띈 미소도 시종일관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토록 힘겨운 일을 겪고서도 저보다 더 감사를 표현하고,
저보다 더 밝은 모습이었으니까요.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껏 예배드릴 수 있는 예배당이 있다는 것,
그건 사실, 당연한 게 아니었습니다.
편하게 누워 쉴 수 있는 내 집이 있다는 것,
그것 역시 당연한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사실, 기적이자 은혜였던 거죠.
오늘도 우리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입가에도 미소가 아름답게 꽃피우길 기대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은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입에서 감사의 고백이 흘러넘치길 기도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김동국 목사 드림
원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영덕 고곡교회
전소한 영덕 매정교회